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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바보 예찬… 호감형 바보 인기
일간스포츠기사입력 2007-11-25 17:26
[JES 장상용]
16세기에도 '바보'는 '예찬'의 대상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는 '우신(愚神) 예찬'에서 바보 화자를 내세우며 지식인·권력자·위선자 등 세상의 바보들을 신나게 조롱했다.
이제는 안방 극장에서 바보들이 예찬 받는 시대가 됐다. MBC TV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바보를 자처하고 나서 큰 성공을 거두었고, 영화 '디워'의 심형래 감독은 1980년대 말에 구축한 바보 이미지로 20년이 지난 지금 영화 흥행에서 톡톡히 덕을 봤다. 김종민·솔비 등도 바보 노릇으로 뜬 케이스. '똑똑한 바보'들이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얼까.
장상용 기자 [enisei@ilgan.co.kr]
▲바보, 세상을 향해 무한 도전
예능 프로의 최강자가 된 '무한도전'은 바보 붐에 불을 지폈다. '무한도전'의 여섯 멤버들은 아예 바보를 표방한다. 자막에는 항상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지적 수준과 외모… 대한민국 평균 이하가 도전한다'는 바보들의 출사표가 뜬다. '무한도전'의 중심인 유재석은 변함 없는 바보 대장 역이다. 나머지 멤버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바보짓을 즐긴다.
바보 버라이어티를 표방하는 프로그램도 확산되고 있다. KBS 2TV의 '1박2일'에서 바보 여섯 명이 등장하는 패턴은 '무한도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강호동이 빈 밥그릇을 들고 흙 바닥에 주저 앉아 다른 멤버들이 던져주는 음식을 먹는 장면은 아이스크림 하나를 놓고 모래 사장에서 뒹구는 '무한도전'을 연상시켰다.
최근 선보인 KBS 2TV '두뇌왕 아인슈타인'의 방송 전 컨셉트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인 호동이(강호동)도 문제를 풀 수 있다'였다. 이 프로는 강호동 대신 MC를 맡은 박명수가 바보 노릇을 해내고 있다.
▲진짜 모습 vs 연기?
'무한도전' 멤버들과 김종민·솔비 등의 바보 이미지는 어디까지 진짜이고 연기일까. '여자 김종민'이란 별명을 얻은 솔비는 바보 이미지는 연기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나는 아이큐 138이다. 같은 소속사 선배인 김종민을 따라 바보인 척 하고 있다. 김종민이 뻔히 콜라인 것을 알면서도 누가 물어보면 '한약'이라고 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기도 하고 싶고, 보여줄 게 많은데 바보로만 인식돼 고민"이라고 밝힌다.
반면 최근 군 입대한 김종민은 연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부러 꾸민 게 아니라 모르는 걸 솔직하게 모른다고 했을 뿐이다. 군대 가서 더 배워오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김종민의 측근인 신지는 "김종민은 추리 문제·범인 찾기 등 남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기가 막히게 잘 푼다. 똑똑한 사람"이라며 실체를 폭로했다.
▲똑똑한 신동엽 vs 바보 유재석?
바보들이 뜨는 이유는 무얼까. 김구라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강세와 연관을 짓는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한 명 가지고 한계가 있다. 다양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바보 캐릭터가 들어오면 MC가 가지고 놀기 편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바보 좋아하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바보 캐릭터들은 적재적소에서 자기 할 말 다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바보 캐릭터가 장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크게 보면 똑똑한 캐릭터와 바보 캐릭터로 나뉜다. 전자의 대표가 신동엽이고 후자의 대표가 유재석이 후자다. 장수하는 면에서 보면 바보 캐릭터에 한 표 던지고 싶다."
KBS 2TV '해피선데이'의 김시규 CP는 "바보 캐릭터가 장수한다는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푼수 역을 해야 한다. 예전에는 완전한 바보 캐릭터였다면 지금은 호감형 바보가 대세다. 시청자들이 바보 캐릭터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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