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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Trend] ] 빌려쓰지 뭐! 렌털시장이 뜬다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2-06 04:19 최종수정2007-12-0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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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에서 청소·헬스·실버·IT용품까지 확대
자동차 리스는 지난해 3조5000억까지 급성장
주정호(여·57·서울 행당동)씨는 최근 한 렌털 전문업체로부터 월 5만원에 트레드밀(러닝 머신)을 임대했다. 주씨는 “겨울철 바깥에서 운동을 하기 힘들어 트레드밀이 필요했는데, 가격도 만만치 않고 잠시만 쓸 생각이어서 선뜻 구입하기가 힘들었다”며 “렌털 제품을 이용하니 3~4개월만 사용하고 반납하면 돼 편리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리스나 정수기 등에 한정돼 있던 가정용 ‘렌털’ 시장이 각종 청소용품이나 헬스용품, 건강·실버 용품, IT 용품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고가의 IT 제품이나 운동기구의 경우, 일단 렌털로 미리 사용해 본 후 구입을 결정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가 렌털 산업의 확대”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리스를 이용하는 개인도 늘었다. 현대캐피탈의 오토리스 서비스는 지난 2003년 개인 대 법인 비율이 20대80이었으나, 4년이 지난 올해 6월 현재 35대65로 개인(자영업자 포함)의 비중이 증가했다. 오토리스 시장 자체도 지난 2002년 6635억원에서 지난해 말 3조5000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빌려 쓰는’ 제품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로봇청소기’나 각종 청소용품이 등장했고, ‘자동차용 PC’ ‘가정용 무인 방범 시스템’(임대 CCTV) ‘노트북’ ‘휠체어’ 등도 선보이고 있다.
김현희(여·38·인천 서구 검단동)씨는 “청소용 극세사 걸레(3장)와 현관매트를 월 1만원에 이용하고 있다”며 “비용 부담도 적고 주기적으로 세탁해주기 때문에 번거로움이 덜하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렌털정수기에 이어 비데, 공기청정기, 음식물찌꺼기처리기 등을 선보였다. 현재는 신규 렌털 품목으로 로봇청소기를 개발하고 있다. KT의 임대형 ‘무선CCTV’도 장기간 집을 비우는 가정이나 일반 가정·소규모 기업 등에서 빌려 쓰는 품목 중 하나가 됐다.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 각종 행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등장했던 1000여 개 렌털 업체들은 IT·생활용품·사무용품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렌탈오케이 렌탈뱅크 등 종합 렌털 전문업체들이 생겨났다. 업계에선 현재 전국적으로 2000여 개 렌털 전문업체가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렌탈협회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제품 렌털 시장이 1조원, 의료기기 2000억원, IT정보기기 3000억원, 일반 생활용품 1000억원 등을 포함 전체 렌털 산업 규모를 2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렌털도 소비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가구와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미국 ‘아론(Aaron)’이나 ‘렌트어센터(RAC)’의 경우 전국 프랜차이즈가 700~800개 규모에 달하며, 점포당 평균 매출은 한화 기준 5억~6억원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1000여 가지 렌털 아이템을 취급하는 일본 ‘더스킨(DUSKIN)’은 지난 2005년 렌털을 통한 매출만 4조원을 올렸다.
국내 렌털업계는 이제 막 태동기(胎動期)를 벗어난 수준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신형원 박사는 “우리 나라는 영세업체들의 과당경쟁이 성장을 막고 있다”며 “운영시스템을 고도화해 이용 단가를 낮추고 취급 제품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렌탈협회 전성진 사무총장은 “산업자원부와 소비자원, 렌탈협회가 공동으로 서비스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처리과정 등에 대해서도 표준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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