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운치를 찾아서 영월로 가자

스포츠서울|기사입력 2007-12-12 11:51 |최종수정2007-12-12 12:32 

강원도 영월땅은 겨울철 여행지로 더할 나위없이 좋은 곳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도심에서의 겨울이 겨울같지 않아 서운하다 싶을때. 운치있는 설경에 고즈넉한 고향마을같은 분위기까지 갖춘 영월은 겨울여행 1번지로 안성맞춤이다. 구불구불하던 길이 지금은 곧게 펴진 38번 국도를 따라 영월에 접어들면. 송구영신의 경건함은 찾아보기 어렵고 그저 화려함으로 가득한 도심의 연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겨울의 정취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여기저기 둘러봐도 수려한 산과 들. 살얼음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동강의 물결그림자가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누구에게나 낯익은 시골마을 정취를 찾아헤맸을 영화 ‘라디오스타’ 제작진들이 기어코 찾아내고만 곳도 그래서 바로 이곳 ‘영월’이었다.

◇신선이 놀다간 아름다운 경치

과연 놀라운 선택이었다. 언제 누군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겨울 영월이 제일 좋더라’는 말이 언뜻 뇌레이 떠올라. 눈이 온다는 예보를 듣고도 지난주 목요일 꼭두새벽부터 영월로 향했다. 아침먹고 출발해서 배가 고플 때까지 달렸는데도 아직 하늘은 어두컴컴할 뿐 하얀 눈을 뿌리지 않았다. 제천과 가까운 영월군 주천면으로 먼저 향했다.

주천(酒泉)은 이름대로 직접 담근 술도 유명하지만. 솔가지를 엮은 섶다리와 값싸게 한우를 먹을 수 있어 명성이 자자한 ‘다하누촌’이 있는 곳이다. 살얼음이 하얗게 낀 주천강은 얼마 남지않은 올 한해의 나날처럼 외로운 섶다리 아래로 유유히 흐르고 있다.

신선이 놀았다는 수주면 무릉리 요선암은 기이한 바위들이 선경(仙景)의 하모니를 연출하는 가운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옳거니!. 평소 관심있게 봐둔 누드 작품들의 배경이었다. 이 부근은 석회암 지대라 오랜세월 동안 풍화와 용해를 겪은 덕에. 여체를 닮은 둥글둥글한 곡선의 바위들이 이처럼 수도 없이 맑은 물로부터 솟아날 수 있었다. 무릉리란 지명 역시 누군들 감탄할 수 밖에 없는 비경에 붙여진 이름이리라. 강 기슭의 집채보다 큰 바위 위에는 요선암이라 새겨진 글자가 아직 남아있다. 요선(邀僊)이란 말처럼 가히 신선들이 놀았을 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 사진기를 든 필부가 섰다는 감격스러움에 뺨에 몰아치는 계곡바람이 찬 줄도 몰랐다. 선경에 취해있다 걸음을 돌리자니 싸리눈이 나리고 있었다.

◇‘라디오스타’의 낯익은 풍경. 고향같아라

해발 700m의 소나기재를 넘어갈 즈음. 눈은 씨알이 거의 강냉이만한 크기로 변했다. 영월읍내에 들어서기 전 ‘선돌’표지판 앞에 멈춰 더 어두워질 새라 성큼성큼 뛰어올랐다. 선돌은 소나기재에서 내려다보이는 70m의 두 갈래 기암절벽. 일명 ‘신선암’이라 불릴 만큼 기이한 풍광이 압권이다. 누군가 금강산에서 칼로 잘라다놓은 듯 뾰족한 바위가 물 위에 섰다. 머나먼 마을과 서강물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전망데크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바라보는 선돌의 이국적인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이 시리는 듯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감동마저 준다.

눈쌓인 도로가 미끄럽다. 해가 지기 전에 비운의 왕 단종의 능인 장릉에 가려 급한 마음으로 달리다. 그만 내리막길에서 차체가 피겨스타 김연아의 회전처럼 빙그르 270도 돌고 말았다. 덜컥 겁이 난 가슴에 스노체인을 칭칭 감아 진정시키고 영화 ‘라디오스타’의 배경으로 친숙해진 영월읍내에 들어섰다. 아직도 극중 밴드 ‘이스트리버’(노브레인 분)의 포스터가 붙어있을 것 같은 벽이며 한물간 록스타 ‘최곤’(박중훈 분)이 앉아있을 것 같은 청록다방 등 마치 고향집에 온 듯 길 하나 가게 하나가 친근하게 다가선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눈발은 잦아든다. 길이 좋았으면 별마로 천문대에 올라 겨울철 별자리를 볼 수 있었겠지만 ‘별볼일 없이(?)’ 실컷 눈만 맞다 가는 길손 뒤로 ‘차르르르’ 체인 감기는 소리만 따른다.

by facestar 2007. 12. 13.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