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척척 ‘똑똑해진 애마’

한겨레|기사입력 2007-12-28 09:27 |최종수정2007-12-28 09:48 


[한겨레] 탑승자 체온에 맞춰 풍량조절 좌석에 앉으면 마사지·지압

밤에 운전자가 핸들 돌리면 진행방향으로 조명 비추기도


어두운 밤. 외출할 일이 있어서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 차를 어디 세워 놓았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차가 나를 인지하고 불을 깜빡거린다. 가까이 가니 차 실내에 불이 들어와서 타기가 편하다. 차에 타서 시동을 걸었더니 좌석에 있는 센서가 체온을 감지해 차 안의 온도를 자동으로 맞춰준다. 차량을 운전하면서 핸들을 돌리니 차가 가는 방향으로 헤드라이트가 움직여 시야를 확보해 준다. 잠시 오디오를 조작하다가 깜빡 한눈을 판 사이 앞차가 급정거를 했다. 내 차도 자동적으로 속도를 줄이며 경보음을 울린다. 차선을 바꾸려고 백미러를 보니 아무런 차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백미러 쪽에서 불이 깜빡거리는 것을 보니 보이지 않는 사각에 오토바이 같은 작은 차량이 있는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려고 속도를 낮추니 화면에 내 차의 전후좌우가 실시간으로 비친다. 마치 차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이어서 주차가 한결 편해졌다.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위에 등장한 장치들은 이미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거나 내년에 출시될 신형 차량에 장착될 첨단 편의장치들이다. 기술 발전으로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편의장치들이 대거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 더 편리하게=1월 출시되는 인피니티의 새 크로스오버 차량 ‘EX35’의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차량의 앞 그릴 아래, 뒤 번호판 위, 그리고 좌우 사이드미러 아래 네 군데에 180°를 비출 수 있는 와이드 앵글 카메라가 달려 있어 주차할 때 전후좌우 사정을 한눈에 내부 모니터로 볼 수 있다. 시속 10㎞ 이하로 달릴 때는 전·후진 관계없이 작동해 초보 운전자라도 차를 긁히지 않고 주차할 수 있다. 이 차에 적용되는 ‘웰컴 라이팅 시스템’은 자동차 열쇠의 접근을 감지해 운전석 쪽에 작은 조명이 켜지도록 했다. 또한 운전자가 차량에 아주 가깝게 다가오면 실내에 조명이 저절로 켜진다. 열쇠마다 입력된 자동 메모리 시스템이 그 열쇠 주인에 알맞도록 운전석 위치와 사이드미러 등을 자동적으로 조절해 주는 것은 이미 많이 보급된 기능이다.

렉서스 LS460L 뒷좌석에 장착된 적외선 체온감지 센서는 탑승자의 신체 온도에 맞춰 자동으로 풍량을 조절해 준다. 비행기 1등석처럼 좌석의 높이와 모양이 자유자재로 바뀌는 것은 물론 전신 마사지와 지압 기능까지 갖추었다.

혼다의 소음방지 기술 ‘에이엔시’(ANC)는 헬기나 잠수함에 적용되는 소음 제거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왔다. 차체나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막는 수준을 넘어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의 파장을 발생시켜 소음을 ‘제거’하는 기능을 선보인다.

■ 더 안전하게=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도 많이 등장했다. 요즘 고급차에 적용되는 앞차와의 거리 조절 시스템은 가장 눈에 띄는 안전 편의사양이다. 폴크스바겐에선 프런트스캔, 메르세데스-벤츠에선 디스트로닉 등으로 일컫는 이 기술은 미리 지정해 놓은 거리 이내로 앞차가 감지되면 속도를 늦춰 거리를 다시 벌리거나 경보음을 내는 방식의 안전 시스템이다. 내년 1월 출시되는 현대차 제네시스에서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이 기술이 적용된다. 야간운전 때 핸들을 돌릴 경우 차의 진행방향으로 조명을 비춰주는 시스템도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볼보의 ‘액티브-바이제논’, 메르세데스-벤츠의 ‘액티브 프런트 라이트 시스템’ 등이 이런 방식을 적용했다. 제네시스 또한 이 기술을 도입했다. 볼보의 ‘사각지대 정보시스템’은 양쪽 사이드미러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거울에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다른 차량의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불을 깜빡거려 다른 차량의 존재를 알려주는 안전장치다. 특히 여성 운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by facestar 2007. 12. 28.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