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턴용 비자 300~600만원 ‘묻지마 수수료’

한겨레|기사입력 2007-12-06 08:28 


[한겨레]

‘J-1비자’ 발급 수수료 10배나 비싸 취업생들 골탕

신원보증서 서류 국내대행업체 70곳…폭리의혹도


내년 1월부터 미국의 한 언론사에서 1년 동안 인턴 과정을 밟을 계획인 권용욱(25·ㅎ대 3년)씨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비자 발급에만 수백만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비자 발급 대행업체 여러 곳을 알아봤는데, 싼 곳은 300만∼400만원, 비싼 곳은 500만∼600만원을 요구했다”며 “비자 발급 비용이 왜 이렇게 비싼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국외에서 인턴 경력을 쌓으려는 취업 준비생들이 지나치게 비싼 비자 발급 수수료 탓에 골탕을 먹고 있다.

미국에서 인턴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직업 연수, 문화 교류 등 목적의 입국 때 발급되는 ‘제이(J)-1’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다른 비자에 견줘 발급 수수료가 10배 이상 비싸다. 이유는 비자를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는 ‘디에스(DS)-2019’라는 서류 때문이다. 일종의 ‘신원보증서’인 이 서류는 미 국무부의 의뢰를 받은 미국 내 단체나 학교 등 이른바 ‘스폰서 기관’이 발급하게 돼 있는데, 이들과 계약을 맺은 국내 대행업체 70여 곳이 국내에서 발급 업무를 보고 있다.

국내 대행업체인 ㅎ사의 한 관계자는 “1년 체류하는 제이-1 비자를 발급받을 경우 수수료로 400만원을 받는데, 이 가운데 순수 비자 발급 비용은 20만원이고 나머지 380만원에는 디에스-2019 서류 발급 신청 비용과 보험료 50만원 가량, 대행사 수수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대행업체들은 체류 기간 1년 기준으로 디에스-2019 서류를 받기 위해 미국 내 스폰서 기관에 내는 비용이 1500∼2500달러(약 135만∼225만원) 가량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행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인터넷 카페 ‘해외인턴십 피해를 막기 위한 모임’ 운영자인 김윤정씨는 “씨아이씨디(CICD·Center for International Career Development)라는 미국 내 한 스폰서 기관의 홈페이지를 봤더니 1년 기준 디에스-2019 서류 발급 신청비와 보험료가 모두 합해 1520달러(약 137만원)로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적지 않은 국외 인턴 준비생들은 국내 대행업체들에 정확한 비용 내역을 문의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업무상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김씨는 “미국 내 스폰서 기관과 국내 대행업체가 정확히 어떤 내용의 계약을 맺었는지 모르지만, 두 곳 모두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결국 애꿎은 취업 준비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by facestar 2007. 12. 6. 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