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녹으니 새 시장 생겼네” 러시아서 에어컨 불티

동아일보|기사입력 2007-11-24 03:15 |최종수정2007-11-24 03:53 


[동아일보]

LG전자 에어컨사업부는 올해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시장의 수요가 급증한 덕분에 45억 달러로 예상했던 연간 매출이 48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월 말 러시아 모스크바의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가고, 동유럽의 여름이 예년보다 한 달가량 먼저 시작되는 이상기후 때문에 이 지역의 에어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LG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이 거의 팔리지 않았던 러시아에서 올해는 유럽 최대 시장인 스페인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이영하 가전(DA)사업본부장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원래 에어컨을 판매하지 않았던 러시아의 모스크바, 프랑스 북부지역이 새로운 주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지구온난화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점점 예측이 어려워지는 기후변화가 기업의 마케팅과 일반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국내 기상정보 시장은 올해 크게 확대됐다.

국내 기상정보 사업자들은 건설업체가 날씨에 맞춘 공정 계획을 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날씨 컨설팅 등의 사업 영역을 개척했다. 관련 시장은 2001년 40억 원에서 지난해 192억 원, 올해에는 290억 원으로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 늘어난 시장은 기상정보 분석을 위한 첨단 시설과 장비를 들여놓는 등의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시설 투자는 앞으로 기상정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루 5만여 명이 이용하는 휴대전화 날씨정보 서비스도 이동통신 기업의 인기 콘텐츠 사업으로 등장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큰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탄소 배출권을 국제시장에서 판매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비즈니스 중 하나다.

국내에서는 LG상사와 삼성물산 등이 이 분야에 참여할 것을 검토 중이며 하이닉스반도체도 이달 반도체 기업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탄소 배출권 판매 사업 진입을 선언했다.

온난화 관련 환경규제에 대한 컨설팅 사업도 등장했다.

삼성SDS는 제조기업이 유럽연합(EU)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와 같은 다양한 환경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 주는 컨설팅을 벌이고 있다.

이 밖에 대체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대신증권의 지구온난화 펀드가 국내에서 등장했고, 해외에서는 날씨를 이용한 파생상품 등 지구온난화와 연계된 금융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 기업의 기술 개발도 온난화 대응이 화두

삼성전자 가전연구소는 최근 지구온난화를 감안한 냉장고와 세탁기 등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냄새와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워시’ 기능 세탁기도 이 중 하나. 아열대 기후에서 공기 중 습도가 증가함에 따라, 더러워지지는 않았지만 눅눅해진 의류를 세탁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난 데 착안한 제품이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친환경 기술인 이른바 ‘그린 IT’ 기술 개발이 화두다. 전 세계 컴퓨터의 전력 효율성을 현재보다 80%가량 높이면 연간 710억 kWh의 전력을 절감해 5600만 t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인텔,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은 반도체 프로세서의 열 발생량을 감소시키고, 대형 컴퓨터의 전력 사용량을 최대 60%까지 줄이는 현신적인 기술에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최근 2008년 10대 전략 기술 중 첫 번째로 ‘그린 IT’를 선정하며 “환경을 고려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을 정도로 환경 친화적 기술 개발이 기업의 절실한 과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by facestar 2007. 11. 25. 2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