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드라마’ 이상한 발음, 어색한 대사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7-12-14 03:20 | 최종수정 2007-12-14 04:24

왼쪽부터 신동욱, 황정음

“누나 가슴에 3000원쯤 있는 거예요” 가 무슨 말?

똑같은 대사도 이들이 하면 ‘국어 책 읽는 소리’로 들리거나 전혀 다른 말로 들렸다.

“누나 가슴 속에 3000원쯤은 있는 거예요.”(누구나 가슴 속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예요, SBS ‘쩐의 전쟁’ 신동욱), “단주에 돈오빠랑 만날 것 같은데요”.(다음주에 도현 오빠랑 만날 것 같은데요, MBC ‘겨울새’ 황정음)

2007년 드라마에서 교과서 읽는 연기 혹은 남다른 발성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답답함과 황당한 웃음을 동시에 선사했던 배우들을 정리해 봤다.

◆보는 사람이 더 조마조마해… ‘국어책 연기’

장미인애(KBS ‘행복한 여자’)와 황정음(MBC ‘겨울새’)은 올해 ‘국어책 연기’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장미인애의 대사를 듣노라면, 윤정희의 발음은 아나운서 급으로 들린다” 같은 지적만 게시판에 500여건이 넘는다. 황정음도 “저 단주에 돈오빠랑 만날 것 같은데요”(다음주에 도현 오빠랑 만날 것 같은데요) 같은 부정확한 발음으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조마조마해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성종을 연기했던 고주원(SBS ‘왕과 나’)은 높낮이가 없는 웃음소리로 네티즌들의 표적이 된 연기자. “하, 하, 하, 하…” 하고 발성을 하는 듯한 고주원의 어색한 웃음소리를 모아놓은 동영상은 한 때 수백 여건의 블로그로 전파되며 인터넷을 떠돌았다.

◆어색해서 웃겼다

어색한 대사처리와 부정확한 발음으로 시청자들에게 ‘황당한 재미’를 안겨준 연기자도 있다.

SBS ‘쩐의 전쟁’의 신동욱의 ‘어록 동영상’이 대표적.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예요!”라는 대사는 꼭 “누나 가슴에 3000원쯤은 있는 거예요”라고 말한 것처럼 들린다는 게 네티즌들의 평가다. “피죤 관리 하시죠”(표정 관리 하시죠), “먹을 거 없나 돌아다니는 하희라들입니다”(하이에나들입니다)도 두고두고 회자됐다.

MBC ‘아현동 마님’은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개성’으로 부각되는 케이스. 주인공 백시향(왕희지)과 부길라(김민성)를 비롯해, 혜나(금단비), 이연지(고나은) 등의 어색한 대사 주고받기를 두고 시청자들은 “중독성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아니, 저 배우가 왜…

훌륭한 배우들이 모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기호흡이 어색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SBS의 ‘로비스트’는 허준호, 김미숙, 장진영, 송일국 같은 소위 ‘연기파’ 배우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자기 캐릭터를 몸에 안 맞아 하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에 CJ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사업팀 이문혁 PD는 “중국에선 연출자를 두고 연기를 가르치는 사람, 즉 도연(導演)이라고 부른다”며 “배우들이 어색한 연기를 선보이는 건 그 배우의 역량 문제도 있지만,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연출의 잘못도 크다”고 지적했다.
by facestar 2007. 12. 14. 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