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했다고… 부모 모신다고… 종부세 날벼락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2-04 09:24 |최종수정2007-12-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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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161.7㎡(49평) 아파트를 갖고 있는 신모(여·60)씨는 3일 “지난주 국세청이 보내온 종합부동산세 신고서를 받은 뒤로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50만원이던 종부세가 올해는 340만원(공시가격 10억2400만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작년 말 14억원 하던 아파트값이 지금은 12억원으로 떨어졌는데 종부세는 2배 넘게 나왔다”면서 “집값이 떨어지는데 세금은 늘어나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이냐”고 말했다. 신씨는 “국세청에 물어봤더니 1월 1일 공시가격이 기준이라 올해 집값 떨어진 것이 반영 안 됐다고 하더라”면서 “12월에 내는 세금을 1월을 기준으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국세청도 ‘조세 마찰’ 가능성 우려

지난주 종부세 신고서를 받아든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37만9000가구) 사이에서 “이렇게 많이 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도 내부 자료에서 “올해 종부세 급증으로 ‘조세 마찰’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14만7000가구에 달하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 여의도의 125.4㎡(38평)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회사원 최모(40)씨는 80만원 가까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최씨는 “1가구 1주택인데 부동산 투기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종부세를 내야 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류우홍 PB센터장은 “종부세를 내려고 예금이나 펀드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집 가진 부모 모시고 살았는데 종부세?

서울 길음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42)씨는 지난주 성북세무서로부터 140만원의 종부세를 내라는 신고서를 받았다. 141.9㎡(43평)인 김씨 소유 아파트는 공시가격이 4억5200만원으로 과세 기준인 6억원을 넘지 않는다.

그러나 15년째 모시고 사는 아버지(71)가 공시가격 3억1000만원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게 문제가 됐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개인별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구별 합산’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집과 아버지의 집을 합쳐 주택가격이 7억6200만원이라 종부세를 내야 한다고 세무서는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모를 모시고 살기 위해 합가(合家·주민등록 이전)를 한 경우 2년만 종부세를 유예해준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아버지 소유 아파트는 조부에게 물려받은 주택이 재개발이 되면서 생긴 것이고 뇌경색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가 절대 팔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쩌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세무서에서는 아버님 주민등록을 내 집으로 옮기지 않았으면 종부세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면서 “그럼 위장 전입을 해서 모시고 살라는 얘긴데 주민등록법을 어기라는 소리냐”고 말했다.

◆원래 집이 안 팔려도 종부세

집을 사고 팔면서 원래 집이 팔리지 않아 종부세를 내게 된 경우도 있다.

서울 봉천동에 살던 김모(53)씨는 지난해 11월에 상도동의 32평 아파트(공시가격 3억5000만원)로 이사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봉천동 아파트(공시가격 3억5000만원)가 팔리지 않았다. 새 집으로 이사한 지 10개월이 지난 지난 9월에야 겨우 시세보다 싸게 팔 수 있었다.

김씨는 지난주 97만원의 종부세 신고서를 받았다. 종부세는 6월 1일 소유자를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김씨의 경우 상도동과 봉천동 2채의 아파트를 합쳐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7억원이라 종부세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김씨는 “정부에서 주택담보대출 제한 등으로 집 살 사람을 없애는 바람에 집이 팔리지 않아 늦게 판 것인데 내가 왜 종부세를 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양도세의 경우 이사 과정에서 집이 팔리지 않아 일시적으로 1가구 2주택이 되면 1년간은 1주택자로 간주, 2주택자에게 매기는 양도세 중과세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것처럼 종부세의 경우도 나 같은 사람은 면제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이 과세 기준일이라 어쩔 수 없다. 이런 경우 재산세는 두 집에 대해 다 내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by facestar 2007. 12. 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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