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피그미족 키가 작은 이유…자식을 빨리 낳기 위해?
노컷뉴스기사입력 2007-12-13 14:29 최종수정2007-12-13 14:36
아프리카 등에 사는 피그미족의 키가 작은 이유는 성장보다는 빨리 자식을 낳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고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 등이 11일 보도했다.
영국 캠브리지 클레어대학 연구진은 피그미족의 짧은 수명이 피그미족, 특히 여성에게 성장을 빨리 멈추는 대신 자식을 일찍 낳도록 하는 진화적 압력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때문에 성장에 쓰일 에너지가 어린 나이에도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로 전환됐다는 것.
클레어대학 안드레아 미그리아노 수석 연구원은 "피그미족 여성은 성장할 것이냐, 아니면 출산할 것이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존의 학설, 즉 피그미족의 작은 키는 영양 결핍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는 오래된 믿음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는 것.
미그리아노 연구원은 케냐의 마사이족이나 삼부루족 역시 영양 결핍에 시달렸지만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부족이라는 점에서, 피그미족이 영양 부족 때문에 키가 작아졌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그녀는 환경적 요인이 괜찮은 곳에 사는 피그미족도 여전히 키가 작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필리핀의 아에타와 바타크에 사는 두 집단의 피그미족의 연구 결과를 함께 제시했다.
즉 이곳의 피그미족들은 홍역이나 수두 같은 쉽게 막을 수 있는 질병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사망률이 매우 높았으며, 이것은 주로 빈약한 식생활 때문이었다는 것.
따라서 피그미족이 키가 작은 이유는 높은 사망률 속에서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성장보다는 출산에 더 많은 에너지가 집중되도록 진화적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러한 학설은 인간의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론자들에게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남성 성인의 평균 신장이 보통 130-140cm에 불과한 피그미족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와 필리핀, 브라질 등에도 비슷한 종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 사는 피그미족 여성의 경우 키가 12세-13세에 벌써 어른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15세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30-50%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 저명 학술지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최신호에 실렸다고 전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