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전략적 사업가로 변신했나

노컷뉴스|기사입력 2007-12-13 08:32 


기념음반, 기념공연에 MP3까지 판매하며 '열풍' 만드는 서태지, 이미지만으로 소비 이끌어

서태지의 8집 앨범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서태지 열풍이 가요계를 뜨겁게 강타하고 있다.

1만 5000여장만 한정 판매된 서태지의 9만 7900원짜리 기념앨범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서태지도 나오지 않는 기념공연 티켓 역시 10분만에 동이 났다. 입장권은 4~8만원 가량이다.

서태지는 삼성전자와 함께 자신의 친필 사인이 담긴 MP3 'P2 서태지 스페셜에디션'도 내놨다. MP3에는 1번부터 1만번까지 고유번호가 달려 있다. 이 가운데 고유번호 1번은 서태지가 소유하게 되고 2번부터 100번까지의 특별한 추첨 행사를 통해 판매가 이루어졌다. 이 99개의 MP3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10대 1이나 됐다. MP3의 풀옵션 가격은 32만 2000원이다.

이같은 서태지의 최근 활동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팬서비스라는 의견과 함께 희소성을 이용한 고도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태지의 이름 석자가 들어간 상품이 잘 팔릴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념 음반이나 MP3는 모두 한정 판매만 해 '희소성'의 가치를 높였다.

한 음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음반업계가 불황인데다 음반이 워낙 고가라 무제한 판매됐을 경우 생각보다 음반이 안 나갔을 수 있다"며 "판매를 위한 음반이 상점에 쌓여있는 모습을 보이느니 적은 양을 한정 판매해 '매진 열풍' 효과를 누리는 편이 서태지의 신비주의 전략과 맞아 떨어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서태지컴퍼니 측은 이에 대해 "한정판매는 음반 유통을 담당한 예당 측의 입장이다"고 밝혔다.

서태지, 굳이 MP3까지 만들어야 했나

음반의 질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념 음반에는 서태지의 1집부터 7집까지 정규 앨범 전곡이 담겼으며 라이브 앨범, 기획 앨범에서 선보인 곡도 수록됐다. 서태지의 뮤직비디오와 베스트 공연 실황 등이 담인 4시간의 분량 DVD(총 2장)도 포함됐다.

새로운 것은 '교실이데아' '컴백홈(Come back home)' '하여가' '대경성' '인터넷 전쟁' 등 앞서 발표한 곡의 리믹스 버전. 여기에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고 무대에서만 선보인 '왓치 아웃(Watch out)'이 추가됐다.

이 음반에 대해 한 팬은 "사실 리믹스 버전의 곡들을 빼고는 새로울 게 없다. 꼭 그 음악을 10만원이나 되는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방법으로 알려야 했는지는 의문이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서태지 MP3' 판매에 대해선 지나치게 상업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음악 활동과 관계도 없는 MP3를 굳이 삼성과 함께 만들어 '한정판매'로 희소하게 판매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태지 컴퍼니는 "MP3에 서태지의 친필 사인이 담겼고, 서태지가 자주 쓰는 아이콘 등도 사용됐다"며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대중과 호흡하며 활동하는 음악인 많아…신비주의는 전략에 불과"

서태지가 자신의 모든 사생활을 감추는 것도 결국 신비주의 마케팅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서태지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지금까지 활동하는 한 음악인은 "서태지는 지금 자신의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이용해 사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마케팅 전략을 제외하고는 굳이 서태지가 비밀스럽게 자신을 감출 이유도 없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태지는 7집이 나올 당시인 2004년 여러 방송에 출연해 난데없는 친근함을 보여줬다. M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자신을 보통 남자라고 설명했고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많이 변했다고들 얘기하지만 정작 변한 게 없다고도 했다. 또 KBS 음악 프로그램에 나왔고 SBS 토크쇼에도 얼굴을 내비쳤다. 컴백기념 기자회견에서 “이번에는 자유롭게 방송 출연을 하고 싶다”고까지 했다.

그랬던 그가 7집 활동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은둔 생활을 하는 전설적인 스타로 돌아갔다. 3년여만에 돌아온 서태지는 얼굴은 내비치지 않은 채 고가의 음반과 MP3만 팔고 있다.

서태지 컴퍼니 측은 "서태지가 일본에 있는지 한국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음악 작업을 하는데 방해받기 싫어서 그냥 조용히 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인이 박힌 MP3와 기념음반을 내고, 기념 공연까지 펼쳐졌는데도 서태지의 소재조차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같은 MP3 판매나 음반, 공연 활동에 서태지의 의지가 포함돼 있다는 것 정도다.

실체는 없이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 서태지. 최근의 행동만 두고 본다면 마치 전략적인 사업가로 변신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그가 단지 사업가가 아니라 여전히 천재 뮤지션이라면 조만간 나올 지 모른다는 8집에는 깜짝 놀랄만한 음악이 담겨 있어야 옳다.
by facestar 2007. 12. 13. 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