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라이프]벤츠를 타면 누구나 거만해진다?

이코노미21|기사입력 2007-12-13 13:24 
사진:이코노미21

[이코노미21]

메르세데스 벤츠 E 200 K- 1천만대 팔린 중형세단 … 안정성 고려한 어댑티브 브레이크 시스템

거만한 녀석이 겸손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내놓은 뉴 제너레이션 E 200 KOMPRESSOR(이하 E 200 K)에 대한 느낌이다. 이 모델은 벤츠 모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중형 세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1천만대 이상의 판매 기록을 보유했다. 이 정도면 비즈니스 중형 세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뉴 제너레이션 E 200 K는 올해 초 발령된 국내 법규 (OBDⅡ)에 맞추어 출시되었다. 뉴 제너레이션 E 200 K 모델의 4기통 엔진은 이전 모델보다 12.5%나 향상되었다고 한다. 이 차는 135kW/184hp의 출력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 200 K는 더 나은 고객 만족을 위해 커맨드(COMAND), 한국형 내비게이션, 한국형 블루투스 이동전화, 블루투스 킷트 등 국내 기본 사양 또한 한층 업그레이드를 하였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주장을 안 보고 믿을 순 없지 않은가? 벤츠 E 200 K를 직접 시승하며 나름 꼼꼼히 살펴봤다. 벤츠 시승은 E 200 K 모델이 처음이다. E 200 K의 운전석에 앉아 받은 첫 느낌은 육중함 그 자체였다. 운전석 넘어 벤츠 엠블럼까지의 거리는 동급의 다른 차량에 비해 더 길게 느껴졌다.

엠블럼의 위치를 짐작해 앞범퍼의 위치를 가늠하기로 했다. 앞 범퍼는 V자 형으로 돌출되어 날렵함과 동시에 남성적인 강인함이 느껴졌다. 차체 디자인은 앞쪽과 뒤쪽의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굳이 남성미로 비교하자면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스타일이 아닌 권상우 스타일의 몸매랄까?

시동을 걸기 전 운전석에 앉아 느낀 가장 특이한 점, 아니 다소 운전자를 당황케 한 것은 바로 시트 조절 버튼이다. 보통 다른 수입차는 운전석 시트 왼편 하단에 조절 버튼이 있기 마련인데 E 200 K는 왼편 문 옆에 조절 버튼이 붙어 있다. 조절 버튼이 직접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트 밑을 더듬는 노력은 할 필요가 없었다.

다음은 시계. 모든 벤츠가 같은 디자인을 지향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E 200 K는 속도계와 더불어 시계가 나란히 장착되어 있다. 둘 다 아날로그 방식이다. 반면 온도계와 주유량 표시장치는 계기판 좌우측에 걸쳐 디지털로 처리되어 있다. 그러나 기특한 것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한 창안에서 너무나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계기판 조명 색상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싸 보이지도 않는 은백색을 채택했다. 이런 조명 처리는 오랜 시간을 타도 쉽게 질리지 않는 특성이 있기 마련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컵 홀더는 ‘벤츠식 발상’답다. 버튼을 누르면 3단계에 걸쳐 변형되면서 컵 홀더가 튀어나온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 자동차가 로봇으로 자동 변신하는 식이다.

시동을 걸고 주행을 하면서 느낌은 굳이 렉서스 ES 350 모델과 비교를 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같은 급의 차량에서 서로 다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렉서스가 부드러운 조작과 주행감이 압권이었다면 벤츠 E 200 K는 묵직한 맛이 특별하다. 여기서 묵직하다는 표현은 사실은 정확치 않다. 가속페달을 밟다가 발을 떼면 저절로 감속 장치가 작동하는 기분이다.

보다 넓게 해석 하자면 더욱 안정된 운전을 위해 자동차가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 기능을 회사 측에선 프리-세이프(PRE-SAFE)와 어댑티브 브레이크 시스템(Adaptive Braking System)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저속운전 시에 해당한다. 고속주행 시에는 어떤 문제도 없고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E 200 K가 자랑하는 다이렉트 컨트롤 패키지(DIRECT CONTROL Package)와 속도 감응형 파워 스티어링 장치 기술은 고속주행을 해도 운전자가 속도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밟으면 밟을수록 쫙 가라앉는 기분은 고급차일수록 크다고 하지 않은가.

E 200 K가 어떤 기능보다 안전에 신경을 썼다는 점은 감속장치를 통해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저속주행에서는 가속페달만 떼도 속도가 뚝 떨어지는 반면 고속 주행 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부드럽게 제동된다. 꼭 집어 아쉬운 점은 단 한 가지. 차량에 내장된 내비게이션 장치이다. 국내 내비게이션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비교가 된다. 이 부분은 대부분 수입차에 해당한다. 하지만 E 200 K에 내장된 네비게이션은 솔직히 벤츠답지 못하다.

꽤 오래된 지도를 직접 스캔한 듯하다. 맵은 해상도마저 낮다. 뿌연 느낌을 넘어 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터치패드 형식이 아니고 리모컨으로 조절하기 때문에 숙련이 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싶다. 리모컨을 넣어둘 공간을 만들 정성이라면 네비게이션의 품질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by facestar 2007. 12. 14. 1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