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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어 펀드보고서’ 이렇게 해독합시다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2-12 03:15 최종수정2007-12-1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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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내용 ‘몇가지 포인트’로 이해하자
펀드 계좌수가 2000만개를 돌파했다. 카드·세금 고지서처럼 한 가구당 적어도 한 부 이상의 펀드운용보고서를 석 달에 한 번씩 우편이나 이메일로 받게 된 셈이다.
펀드운용보고서란 펀드를 굴리는 자산운용사가 자산운용에 대한 결과를 요약해 가입자에게 보내주는 보고서다. 하지만 보고서가 전문용어로 가득 찬 ‘암호문’ 같아 받자마자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준가격’ ‘벤치마크’ ‘매매회전율’… 첫 페이지부터 숨이 턱 막힌다.
하지만 어렵다고 아예 들여다보기를 포기하는 것은 몇천원짜리 현금영수증은 꼬박꼬박 챙기면서 수십~수백만원의 알토란 같은 내 자산에 무관심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監査)’처럼 차근차근 보고서를 뜯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펀드운용보고서 읽는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벤치마크보다 우수한가
펀드운용보고서 양식은 운용사마다 다르지만 통상 ▲기본 정보 ▲상세 정보로 나뉘고, 이 중 기본 정보에는 ▲개요 ▲운용성과 ▲자산구성 현황 등이 담겨 있다.
투자자들에게 가장 궁금한 것이 수익률일 것이다. 보고서 ‘운용성과’ 부문에 최근 1개월·3개월·6개월·1년 등 기간 수익률과 연평균 수익률을 볼 수 있다.
수익률은 기준 가격을 가지고 계산된다. 기준가격은 펀드를 사고팔 때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펀드의 가치가 오르면 기준가격이 오르고, 펀드 가치가 떨어지면 기준가격도 내린다.
예컨대 보고서에서 ‘기준가격이 전기말 1200원→당기말 1100원’이라는 것은 최근 3개월 동안 수익률이 마이너스 8.3%(100원÷1200원)로, 돈을 까먹었다는 뜻이다. 보고서가 3개월 단위이기 때문에 전기, 당기도 3개월 간격인 셈이다.
기간 수익률 및 연평균 수익률은 펀드 전체의 수익률을 뜻하며, 실제 내가 올린 수익률은 아니다. 하지만 수익률 추이가 들쭉날쭉하다면 펀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기간수익률 아래는 ‘벤치마크(BenchMark·비교지수)’라는 것이 함께 표기되는데, 벤치마크란 수익률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 잣대다. 유형별로 채권이나 주식편입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으로 수익률을 평가할 수는 없다. 코스피지수가 10%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주식 투자비중이 30%인 펀드의 수익률이 2%였다고 우수한 수익률을 거뒀다고 할 수 없다. 이럴 경우에는 벤치마크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뒀는지 체크해 봐야 한다. 예컨대 성장형펀드인 ‘푸르덴셜나폴레옹정통액티브주식투자신탁1호’펀드의 벤치마크는 코스피지수가 90%,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10% 반영되고 있다.
◆‘펀드 유형에 맞는 종목에 투자하고 있나’
‘자산보유 및 운용현황’에서 어떤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혹시 투자위험이 높은 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하지는 않았는지,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고 해놓고 과연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체크해 볼 수 있다.
중소형주 펀드이면서 대형주에 투자하지는 않았는지, 배당주펀드이면서 성장주에 잔뜩 투자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운용 개요’에서는 석 달간 펀드 운용을 어떻게 했는지, 왜 수익률이 낮은지에 대한 운용사의 변명이나 향후 운용 계획을 엿볼 수 있다.
‘매매회전율’이란 운용자산을 얼마나 자주 매매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3개월 동안 일 평균 주식투자 규모가 100억원이고, 주식 매도 금액이 100억원이라면 매매회전율은 100%인 셈이다. 매매회전율이 높은 펀드는 ‘샀다, 팔았다’를 자주 한 것으로 투자철학을 의심해봐야 한다. 예컨대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간 묻어둔다는 가치주 펀드의 경우 매매회전율이 일반 성장형 펀드보다 높거나 100%를 넘는다면 장기 투자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종목 교체가 잦은지 여부는 ‘총보수·비용비율(TER)’의 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TER은 총보수(운용보수+판매보수+수탁보수+사무보관보수)와 주식 매매수수료 및 펀드회계감사 수수료 등 기타 비용의 합계를 펀드의 자산총액으로 나눈 비율로, 운용기간 중 투자자가 부담한 총 보수·비용 수준을 뜻한다.
예컨대 TER이 ‘전기 3.65%→당기 3.89%’로 높아졌는데, 이 중 매매수수료비율이 ‘0.6%→0.85%’로 올랐다면 지난 3개월 동안 종목 교체가 더 잦았음을 뜻한다. 매매회전율과 마찬가지로 TER이 급격히 높아졌다면 종목 교체를 지나치게 자주 한 것은 아닌지 눈여겨봐야 한다.
‘운용전문인력 현황’ 부문에서는 내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어떤 경력을 갖추고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데, 펀드매니저의 변동사항은 없었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펀드가 팀제로 운용되지만, 팀원들의 변동이 잦으면 펀드의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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