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고, 나누고, 조립 … 아파트 거실 ‘트랜스포머’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7-12-04 06:19


[중앙일보 조철현] 아파트는 흔히 개성 없는 ‘성냥갑’에 비유되곤 한다. 단지 외관뿐 아니라 아파트 실내에서도 거의 비슷한 평면과 디자인, 마감재 등을 적용한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주택업계에 개성 있는 아파트 내부를 선보이기 위한 차별화 경쟁이 치열하다.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등으로 가격 차별성이 줄어들자 업체들이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설계와 평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천편일률적인 내부 설계와 평면으로는 더 이상 높아질 대로 높아진 수요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워졌다”며 “브랜드 경쟁 시대를 지나 이제 평면·설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붕어빵 아파트’는 이제 그만=주택업계에 아파트 신평면 개발 경쟁이 뜨겁다. 지난해 3월 판교신도시에 선보인 발코니 확장형 평면이 소비자에게 인기를 끈 이후 업체마다 독특한 평면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신평면 경쟁으로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튀는 평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아파트 거실을 서재로 바꾸는 신평면을 선보였다. 라이브러리 하우스(library house) 개념을 도입해 요즘 유행하는 북카페나 호텔 라운지처럼 여유 있는 공간을 아파트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소파와 마주 보게 놓았던 TV장을 치우는 대신 서재로 꾸몄다”며 “라이브러리 하우스를 앞으로 분양할 아파트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내 한복판을 빈 공간으로 배치한 ‘중정(中庭)형’도 눈에 띄는 신평면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개발한 것으로 건물 한가운데를 정원용 공간으로 활용하는 기법이다. 단독주택이나 오피스텔 등에는 널리 적용됐지만 아파트에는 처음 도입됐다는 게 삼성건설 측 설명이다. 햇볕이 투명 유리를 통해 실내로 퍼져 자연 채광이 되며, 실내에서는 중정의 벽면에 설치된 예술작품 등을 감상할 수도 있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는 내부 구조가 깊어 채광이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며 “실제 바닥을 활용하지는 못하지만 채광 효과와 함께 여유 있는 공간감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면은 앞으로 12층 이하의 중저층 아파트나 고급 빌라형 주택에 부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리모델링 단지에도 중정형 평면이 선보인다. 쌍용건설은 12월 착공할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동신아파트에 옆집과 경계가 되는 세대 중간 양측 벽을 제거한 뒤 한쪽에는 1층부터 최상층까지 이어지는 중정형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발코니 확장을 통해 세대 내부가 앞뒤로 길어지는 것을 보완하고, 온 집안을 음식 냄새로 찌들게 했던 주방 통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정을 기준으로 거실과 안방이 아이방과 분리되는 등 세대 분리 효과도 있다.

‘라운드형 거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거실은 네모반듯하다’는 고정 관점을 깬 신평면이다. 라운드형 거실은 지난해 판교신도시 2차 분양 때 금호건설과 경남건설이 선보였다. 라운드형 거실에서는 두 방향을 한번에 조망할 수 있어 기존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조망감과 개방감을 선사한다.


쌍용건설은 2009년 9월 행정도시에서 분양할 대형 아파트에 라운형 거실을 선보일 예정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도 180도까지 외부 자연 경관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예 ‘V자’형 평면을 도입한 아파트도 나왔다. 삼성건설이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에 짓는 래미안 동천 아파트에 ‘V’자형 평면을 도입했다. 이 평면은 V자의 날개 부분에 방을, 뾰족한 모서리에는 거실을 배치한 것으로 거실의 3면은 모두 창(窓)으로 돼 있어 개방감을 극대화했다는 게 삼성건설 측 설명이다.

◆아파트도 맞춤형 시대=아파트 공간 구조도 맞춤형으로 바뀌고 있다. 벽산건설은 입주자가 마음대로 벽을 옮겨 공간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셀프디자인프로젝트’(SDP)를 선보이고 있다. SDP가 가능한 것은 내력벽 대신 기둥이 층간 무게를 지탱하는 ‘플랫슬래브(Flat slab) 평면구조’를 적용했기 때문. 내력벽이 없다 보니 벽을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쌓을 수 있어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발코니와 거실 사이의 날개벽을 없애 발코니 확장시 공간 활용을 극대화한 것도 눈길을 끈다.

현대산업개발은 모든 층에서 펜트하우스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아트리움 하우스’를 개발했다. 2개 층 높이의 테라스를 조성해 일부 복층형 가구나 펜트하우스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개방감과 공간감을 모든 층의 거실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발코니가 크다 보니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실내에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된다. 금호건설은 집 안에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3층짜리 복층형 주상복합아파트를 선보였다. 1층은 거실과 안방, 2층은 주방, 3층은 자녀방 등으로 분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1층 거실은 3층 높이로 조성돼 아파트의 답답함을 해소했다. 금호건설 측은 “가족 간 독립적인 생활을 최대한 보장한 평면”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건설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아파트 평면을 고를 수 있는 ‘맞춤형 복층 아파트’를 개발해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맞춤형 아파트는 총 17개 타입으로 입주자가 자신에게 맞는 아파트의 면적과 가족 형태, 생활 형태를 정하면 그에 걸맞은 타입이 선택된다. 이 회사 서현주 상품개발팀 팀장은 “맞춤형 아파트 개발로 앞으로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수십 가지 경우의 수를 따져 동과 층, 평면을 직접 선택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차림 주방과 조림 주방을 구분한 주방 특화 구조 ‘쿠킨 쿠크아웃 키친’을 지난 8월 경기도 용인 상현동 힐스테이트에 도입했다. 이 구조는 씻고 자르고 다듬는 등 냄새를 풍기며 조리하는 공간은 안쪽으로, 음식을 데우거나 간편한 조리와 상차림을 위한 공간은 보이는 쪽으로 구분해 음식 냄새가 집 안에 배는 것을 최소화했다. 현대건설은 남성 전용 공간이 마련된 아파트도 선보이고 있다. 남성 전용 구조는 안방 및 파우더룸과 침실 사이 벽체 일부를 터서 남성 전용 파우더룸을 만든 것으로 DVD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by facestar 2007. 12. 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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