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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투자자 돈으로 자기 지분 늘렸다
facestar
2007. 12. 5. 09:56
김경준, 투자자 돈으로 자기 지분 늘렸다
동아일보기사입력 2007-12-05 03:18 최종수정2007-12-05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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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계좌추적서 드러나… 투자금 임의로 사용해 BBK 등 대주주 올라
“자기 돈 한 푼도 안 들이고 대주주가 됐다는 소문이 회사 내에 나돌았다.”
김경준(41·수감 중) 씨의 주가조작과 횡령 등 혐의와 관련해 2002년 3∼8월 검찰 조사를 받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전직 직원은 이같이 진술했다.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 등 유명 증권회사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렸던 김 씨는 1999년 6월에 투자자문회사 BBK를 설립했다. 2001년 4월에는 창업투자회사인 광은창투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코리아라는 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김 씨는 두 회사의 지분을 대부분 가진 대표이사를 지냈다.
그러나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김 씨는 지분을 확보하는 데 자기 돈은 거의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이 김 씨에게 맡긴 돈을 조세회피지역에 설립한 서류상 회사에 보낸 뒤 이 회사가 BBK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
최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은 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파생상품운용 담당 과장인 권모(44) 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BBK 설립 당시 김 씨는 자금이 7억∼8억 원 밖에 없었으며, 당시 갖고 있던 돈은 대부분 삼성생명빌딩 17층에 사무실을 임차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999년 9월 창업투자회사인 e캐피탈의 대주주 이덕훈(62) 전 회장에게서 60억 원을 받았다. 30억 원은 BBK의 증자 대금이었고, 나머지 30억 원은 투자금 명목이었다.
2개월 후 김 씨는 e캐피탈의 투자금 30억 원을 조세회피지역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세운 서류상 회사인 BBK캐피탈파트너스로 보내 이 회사가 15억 원을 들여 BBK 지분 50%를 확보하도록 했다.
투자자의 돈을 임의로 사용해 자신이 대주주가 된 것이다.
당시엔 김 씨가 회사 지분을 인수할 재력이 없었다.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 측에서 받기로 했던 투자수익금 18억 원을 소송을 통해 받은 것은 2000년 이후였다.
김 씨는 2000년 1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BBK 투자금을 MAF펀드에 넣은 뒤 이 돈을 다시 서류상 회사를 통해 옛 광은창투의 지분을 확보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매입하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였다.
결국 김 씨는 금융감독원이 BBK를 폐업한 2001년 4월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대주주가 돼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 회사의 주가를 조작해 384억 원을 횡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