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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우린 몰라"… 돈 쏟아붓는 불빛들
facestar
2007. 12. 5. 10:14
"고유가? 우린 몰라"… 돈 쏟아붓는 불빛들 | ||
한국일보 | 기사입력 2007-12-04 18:48 | 최종수정 2007-12-05 01:06 | ||
지자체·백화점 루미나리에 설치 너도나도 고유가로 서민 경제가 허덕이고 있지만 연말 주요 도시 거리는 각종 조명으로 건축물을 만들거나 치장하는 ‘루미나리에’로 뒤덮여 있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는 유통업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빛잔치’에 뛰어들어 큰 돈을 쏟아 붓고 있어 “고유가 시대에 에너지 낭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지자체 ‘묻지마’ 설치에 세금 줄줄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도심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는 등 이유를 들며 경쟁하듯 루미나리에를 설치하고 있다. 올해는 서울 대구 등 대도시와 지방 중소도시는 물론 구나 읍까지 루미나리에 유행에 가세하고 있다. 서울시는 6일부터 1월6일까지 열리는 빛의 축제 ‘루체비스타(상표권 문제로 루미나리에서 명칭 변경)’를 위해 5억원을 들여 시청 앞 서울광장 아이스링크 주변을 26만개의 전구가 달린 17여m 높이의 조형물로 둘러쌌다. 서울 성북구는 2억원을 투입해 성신여대 입구 하나로 거리를 5만개의 전구로 장식했다. 경남 창원시도 창원광장 일대에 ‘아름다운 빛의 축제’행사를 위해 1억7,000만원을 들였다. 설치에 쓰인 예산만 문제가 아니다. 단체장이 스위치를 한 번 올리면 보통 한달 이상 이어지는 행사의 전기요금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이병국 예산감시실장은 “누가 루미나리에 하나를 보러 다른 지방도시를 찾아 가겠느냐”며 “대부분 주민동의나 합의가 없는 전시 행정의 일종으로 재정자립도와 비교해도 규모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산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쓰이면 복지 예산 등 연말에 꼭 써야만 하는 곳에 예산이 제대로 배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백화점들은 ‘더 크게, 더 비싸게’ 경쟁 서울 주요 백화점들의 연말 장식 점등 시기가 갈수록 빨라져 올해는 10월에 점등식을 가진 백화점까지 등장했다. 내년 1월말까지 불을 밝힌다고 가정하면 무려 3달이나 계속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예년처럼 11월 점등식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모 백화점이 느닷없이 지난해보다 2주나 빠른 10월30일 점등식을 가져 부랴부랴 일정을 앞당겼다”고 말했다. 비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규모가 해마다 커지는 데다 외국 자재나 외국인 기술자 의존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명동점은 5억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이 3억 이상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경쟁 백화점에 뒤지지 않기 위해 지난해보다 1억원 이상 더 들였다”고 말했다. 4일 명동에서 만난 회사원 장모(38)씨는 “루미나리에 설치와 유지에 드는 비용을 줄여 세밑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면 마음이 더 밝고 따듯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