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인기 검색어
‘금융 연어족’ 는다
facestar
2007. 12. 13. 13:14
‘금융 연어족’ 는다
조선일보기사입력 2007-12-13 04:23 최종수정2007-12-13 08:59
![]() |
펀드·CMA에 ‘바람’났던 그들
고수익·높은 금리 ‘단맛’ 보고
예금·은행통장으로 컴백했다~
40~50代, 익숙한 금융상품 회귀… 신용카드도 구식이 인기
주류 유통회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신정우(35)씨는 올 들어 월급통장을 두 번이나 바꿨다. 연초에 연 4%대 이자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10년 남짓 거래해 온 은행 통장을 버리고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로 갈아탔다가, 지난달 연 5%대 이자를 주는 은행의 고금리 월급통장 상품이 나오자 다시 은행 통장으로 돌아왔다.
올 여름 남편의 월급과 퇴직금을 모은 돈 1억5000만원을 몽땅 중국 펀드와 일본 펀드에 들어갔던 주부 임춘실(56)씨도 며칠 전 펀드 대부분을 해약하고 연 이자 7%짜리 정기 예금(1년)을 들었다. 임씨는 “펀드에서 적당히 수익을 낸 것 같다”며 “잠깐 은행 예금에 넣어놨다가 부동산에 투자해 볼까 한다”고 말했다.
펀드나 CMA 등 요즘 유행하는 금융상품의 유혹을 떨치고 과거의 익숙한 금융 상품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금융 연어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보다 일찍 신종 금융상품들의 단맛을 본 뒤에, 다시금 자신의 첫 목돈을 만들었던 옛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펀드·주식에서 예금으로
이런 추세는 대출·예금 금리가 급등하고, 증시는 2000선 밑에서 갈지(之)자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요즘 금융시장의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40~50대 이상의 개인 자산가들 중 지난해와 올해 펀드에서 20~30%씩 수익을 올린 사람들이 펀드에 쏠렸던 자산의 무게중심을 은행 예금으로 옮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신한은행 김은정 재테크 팀장은 “연이율 6~7%대 예금이 등장하면서 예금에 대한 관심이 다시 늘고 있다”며 “부동산 구입 자금이나 자녀 결혼 자금 등 쓸 곳이 정해진 목돈을 고금리 예금에 넣어 안전하게 굴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국내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잔고는 274조7864억원으로, 감소추세에서 벗어나 약 5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 |
국민은행이 지난달 초 오랜만에 선보인 적금 상품(가족사랑자유적금)도 출시 40일만에 10만 계좌 이상 개설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상품개발부 정현호 팀장은 “하루 3000명 이상의 고객이 적금을 가입한 셈”이라며 “첫 납입 금액도 평균 80만원이 넘는 등 고객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CMA에서 은행 통장으로
연어족의 출현은 ‘구식’ 금융상품들이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은행 월급통장의 경우, 저금리 결제 계좌와 고금리 저축 계좌 두 가지가 연동되어 있는 ‘스윙(Swing)’ 상품이 등장하면서 CMA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현재 은행권에서 눈에 띄는 고금리 월급 통장 상품은 3가지다. HSBC은행의 ‘HSBC 다이렉트 예금’은 연 5%(1계좌당 3000만원까지)라는 높은 금리가 장점이다. 인터넷· 텔레뱅킹 수수료도 없다. 하지만 현금카드나 통장이 없는 다이렉트 계좌이기 때문에 현금을 입·출금하려면 타 은행 통장을 통해야 한다.
하나은행의 ‘빅팟 통장’은 은행의 보통예금 계좌와 CMA를 결합한 상품으로, 은행 예금 계좌에는 당장 쓸 돈만 남겨두고, 나머지 돈은 연 4.7~4.9%의 고금리를 주는 CMA 통장으로 자동 이체가 된다.
우리은행의 ‘우리AMA전자통장’은 월급 통장과 저축MMDA통장이 합쳐져 있는 형태로, 월급 통장에는 100만원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돈은 연 4.0~4.8%의 금리를 주는 저축MMDA 통장으로 들어간다.
◆신용카드도 ‘구관이 명관’
신용카드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케팅 및 밀어내기 영업 없이도 월 수만 장씩 꾸준히 나가고 있는 장수 신용카드들이 적지 않다.
현대카드 M의 경우 이미 출시된 지 5년이 됐지만 월 10만 명씩 가입자가 늘고 있다. 현대카드 홍정권 과장은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검증을 받으면서 포인트를 많이 쌓아 잘 쓸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이 제대로 인정을 받았고, 시장 변화와 소비자 요구에 발맞춰 꾸준히 서비스를 개선해 온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카드가 구(舊) LG카드 시절인 1999년 처음 선보인 ‘레이디 카드’ 역시 8년이 넘도록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신한카드 김성원 과장은 “아직도 매월 3만 명씩 회원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며 “여성들에게 특화된 혜택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탓인 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나온 카드는 대부분 이용 금액에 따른 서비스 혜택 제한이 심하다. 하지만 일부 구식 카드의 경우 이런 제한이 덜해서, 특정 혜택을 집중적으로 사용할 경우 더 낫다는 분석도 있다.